군산과 목포는 대한민국 서해안에 위치한 대표적인 항구 도시로,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비슷하면서도 다른 근대문화유산을 형성해 왔습니다. 두 도시는 일본 제국주의의 침략과 수탈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동시에, 현재는 문화와 관광 자산으로 재조명되고 있습니다. 본 글에서는 군산과 목포의 근현대 역사, 항구 도시로서의 발전, 그리고 문화유산의 차이를 중심으로 비교해 보며 그 의미를 되새겨보고자 합니다.
도시역사의 형성과 변화
군산과 목포는 모두 1897년 개항을 통해 근대 도시로 성장했습니다. 군산은 쌀 수출의 중심지로, 목포는 남도 교통 요충지로 발전하면서 일제강점기 시절 급속한 도시화가 진행되었죠. 하지만 두 도시의 성장 배경과 도시 구조에는 뚜렷한 차이가 존재합니다.
군산은 전라북도 서해안에 위치해 있으며, 금강 하구에 자리 잡은 천혜의 항만 조건 덕분에 일제의 쌀 수탈 전진기지로 활용되었습니다. 일본은 군산에 세관, 은행, 물류시설을 집중 배치하며 ‘소도시 대항만’의 특색을 부여했습니다. 당시 조선은행 군산지점, 구 일본 제18은행 군산지점 등 금융 건축물이 밀집된 모습은 오늘날 군산 근대건축 거리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반면 목포는 전라남도의 끝자락에 자리하며 해상 교통의 요충지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1930년대에는 호남선 철도와 연결되어 내륙과의 교류가 활발해졌고, 목포항은 제주도 및 서해 연안을 연결하는 해운의 중심지로 떠올랐습니다. 목포시는 일본인 상권 중심의 시가지가 조성되었고, 북교동과 유달산을 중심으로 일본식 가옥과 상업 건물이 세워졌습니다.
두 도시 모두 일본 식민 정책에 따라 도시가 형성됐다는 공통점은 있지만, 군산이 경제 중심의 물류 기지였다면, 목포는 행정, 교통, 해운의 중심이었다는 점에서 도시의 성격과 구조에 차이가 발생합니다.
항구도시의 정체성과 발전 양상
군산과 목포 모두 항구도시로서 독특한 분위기와 문화 정체성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항만 개발 및 도시 확장 측면에서 이들 도시의 발전 방향은 달랐습니다.
군산은 일제강점기 때 조선의 쌀을 수출하기 위해 대규모 항만 개발이 이뤄졌으며, 지금도 옛 군산항의 구조와 기능이 일부 남아 있습니다. 구 군산세관, 호남관세부, 철길마을 등이 그 흔적을 보여주며, 현재는 관광자원으로 재해석되어 많은 이들이 시간 여행을 하듯 방문하고 있습니다. 특히 옛 철길을 중심으로 복원된 테마거리와 역사문화관광지구는 군산의 과거를 생생히 전달해 주는 핵심 공간입니다.
반면 목포는 여객 중심의 항만 도시로 성장했으며, 수산업과 함께 도시가 발전했습니다. 현재 목포항은 여전히 제주행 여객선과 물류 항만으로서 기능하고 있으며, 유달산과 삼학도 주변의 항구 풍경은 목포만의 운치를 더합니다. 또한 근대문화유산뿐 아니라, 최근에는 해양문화와 맛의 도시로 이미지가 강화되면서 관광 콘텐츠가 다변화되고 있습니다.
또한 목포는 해양문화재단과 근대역사관을 중심으로 교육·전시·체험이 결합된 종합 문화 콘텐츠를 구축하고 있어, 항구도시로서의 정체성을 미래지향적으로 계승하는 중입니다.
문화유산의 보존과 활용
군산과 목포 모두 근대문화유산이 다수 존재하며, 이를 활용한 도시재생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유산의 보존방식과 활용 콘텐츠에는 뚜렷한 차이를 보입니다.
군산은 구도심 전체를 근대역사문화지구로 조성하고, 일본식 가옥, 옛 은행 건물, 철도시설 등을 중심으로 관광 코스를 구성하고 있습니다. 특히 히로쓰 가옥, 초원사진관, 군산근대역사박물관은 가장 대표적인 관광 명소입니다. 이 외에도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촬영지로 알려진 장미동 일대는 감성적인 분위기와 역사적 의미가 잘 어우러져 많은 이들에게 인상 깊은 장소로 남습니다.
목포는 근대문화유산 뿐 아니라 항일운동의 현장, 해양문화자원까지 아우르며 보다 넓은 범위에서 유산을 정의하고 있습니다. 목포 근대역사관은 구 일본영사관과 일본영사관 별관으로 활용되었던 건물을 리모델링하여 역사 전시와 체험 공간으로 탈바꿈시켰습니다. 또한 목포는 ‘근대역사문화공간’이라는 문화재청 지정 사업을 통해 유달산 일대 34만㎡ 규모의 지역을 보호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지역주민과의 연계 프로그램도 확대되고 있는 점이 특징입니다.
한편, 문화재를 활용한 도시 마케팅 측면에서 보면 군산은 ‘영화와 사진’, 목포는 ‘음식과 바다’를 중심으로 브랜딩 하고 있어 도시 이미지 형성 전략에서도 다른 노선을 걷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군산과 목포는 모두 대한민국 근현대사를 생생하게 담고 있는 살아있는 박물관 같은 도시입니다. 군산은 쌀 수탈의 전초기지로서, 목포는 해상교통과 행정의 중심지로서 각자의 역할을 수행했으며, 그 흔적이 지금도 거리 곳곳에 남아있습니다.
도시의 성격, 항만의 활용, 유산의 보존 방식 모두에서 차이를 보이며, 방문하는 이들에게 각기 다른 역사적 감성과 경험을 제공합니다. 이러한 차이를 이해하고 여행한다면, 두 도시는 단순한 관광지가 아닌, 과거를 배우고 미래를 준비하는 중요한 장소가 될 수 있습니다.
역사는 기억되어야만 그 의미를 갖습니다. 오늘 군산과 목포를 찾는 우리의 발걸음이, 단순한 여행을 넘어서 역사를 공감하고 성찰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